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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얼마 전의 이야기이다.


  시간은 오후 6시 경. 이런 저런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귀가 중 이었다. 수도권의 퇴근시간은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대로변도 마찬가지겠지만 지하철은 정도가 꽤 심하여 오죽하면 강제 환승 ― 사람들에게 떠밀려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전철을 내리게 되는 등의 행위 ― 이라는 말까지 생겨날까. 특히 대한민국 인구 1/4이 모여 산다는 서울 중심의 무한궤도, 2호선은 그야말로 헬 오브 더 지옥이다. 하지만 인간만사 새옹지마라고 나름 좋은 점도 있다. 전철 안에서 넘어질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점? 뭐 공간이 있어야 넘어지든 말든 하지.


  내가 통학하는 학교가 2호선이 아님을 참으로 다행이라 여기긴 하나, 사실 이쪽도 그리 녹록치 않다. 이유라면 집으로 귀가 중 구로역을 경유해야 하기 때문인데, 이 구로역으로 오는 병점, 천안 행 열차는 신도림이라는 헬게이트를 거쳐 오게 된다(실제로 엔하위키에 ‘신도림역=헬게이트’ 라는 항목이 있다). 구로역 자체도 인천, 서울, 천안 방면의 경유지여서 유동인구도 무지막지 넉넉한 것에 더불어, 신도림에서 갖가지 인간 군상을 누구네 집 책장마냥 빡빡하게 싣고 오니, 그 비좁은 공간을 뚫고 올라타기에 내 몸의 부피는 적당하나 태생적 소심함이 방해가 되어 지옥열차를 그냥 보내기 일쑤이다. 저런 곳을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용기 있는 자들이 부럽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어쨌든 피곤에 찌든 직장인들이 홍수를 이루건 지하철 보따리상이 금나노 칫솔을 팔던 간에, My Sweet Home에는 도착해야하므로 부끄러움을 무릅쓰며 파이브스타 프로그 스플래쉬 비슷한 동작을 취하며 돌진한다. RVD는 영원한 나의 히어로.


  묵직한 가방이 지하철 문 사이에 끼어 고문을 당하지 않는 가 확인 한 후에야 비로소 안심을 하게 된다. 이 이후로 몇 정거장 까진 편안하다. 아무리 전철이 흔들려도 넘어질 위험이 없기 때문에 중심잡기에 드는 힘을 줄일 수 있다. 나름 편하다. 급격한 커브에서 사람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탈선해 전복되지 않는 이상 안전은 보장되어 있다. 다만 문 근처에 있을 경우엔 각 정거장에 도착 할 때 마다 인파에 휩쓸려 내린 후 다시 타는 짓을 반복해야 하는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사람 그득한 곳에서 손을 잘못 놀리면 소매치기 및 치한으로 오인 받을 수 있지만 역시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또한 한여름의 FEVER한 날씨라도 될라치면 땀투성이의 36.5도 단백질 단체들과 강제 부비부비를 강행해야 한다. 물론 감수하는 수밖에 없다. 가을길은 비단길, 퇴근길은 지옥길.


  어쨌든 얼마나 전생에 많은 인연을 맺었을는지 옷깃이 스치긴커녕 밀착되어야만 하는 그러한 상황에 놓인 그날. 내 바로 옆에는 연인 한 쌍이 있었다. 길거리를 걸어도, 전철을 타도 어디서든 커플은 존재한다. 커플만큼 세상에 치이고 널린 것이 또 없을까 싶을 만큼(물론 나는 제외) 널리고 깔린 것이, 그 바퀴벌레 같은 집단인지라 뭐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네들이 손잡고 있는 것도 흔한 일이고 좁은 곳에서 서로 껴안고 있는 것도 흔한 일이고 얼굴끼리 비비적 되는 것도 흔한 일이고 입술끼리 빨고 지지고 볶고... 야이 씨, 내가 모태솔로이고 어쩌고를 떠나서 공공장소에서 뭐하는 짓거리냐.


  까놓고 말해 지들이 좋으면야 뭐 키스를 하든 캐삭빵을 하든 파워쎾쓰!를 하든 나와 관련없는 딴나라 먼나라 이웃?나라지만, 부모님 외출한 옆집 누나의 은밀한 다락방도 아니고 인간으로 피라미드도 쌓을 것 같은 이런 인산인해의 지하철 1호선 6번 칸에서 웬 야외 플레이... 가 아니라 하여튼 그런 짓을 하고 있느냔 말이다. 옛날 우리나라를 가리켜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렀던 사실이야 아무래도 좋다. 그런 걸 요즘세대에 맞춘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본인이지만, 그래도 최소한 동방에로지국은 만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키스 좀 하는 걸로 무슨 에로까지 들먹이냐고? 좀 했으면 애교라고 봐주기라도 하지 남의 입술 빨아들이는 소리가 그 소음심한 지하철에서 내 이어폰을 뚫고 반고리관까지 칩입하는데 그런 상황이 15분은 지속되더라. 그 바로 옆쪽이 노약자석이어서 나이 드신 분들도 꽤나 있었는데 그놈의 인간 울타리들 덕분에 그들의 만행은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다.


  오래 지나지 않아 내가 내릴 차례가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들 입술의 아카펠라 사운드를 듣지 않아도 되었음은 참으로 다행이었다. 어딘가에서 H+ERO가 폭풍처럼 나타나 유일신을 믿으라 전도하시는 분들의 강인한 행동력 + 할미넴의 쾌청한 어법을 구사해서 전철 안의 그 어리(석)고 어린 친구들을 좀 쪼아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긴 했지만 그런 능력자가 이런 적절한 타이밍에 난입할 리가 없었다는 것은, 역시 이 세상에 기적이란 기적만큼 적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하여튼 그런 눈꼴 시린 커플들에 대한 이야기는 구전으로만 전해 들었기 때문에 반쯤 도시전설 비슷한 거라고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있었지만 현실이 판타지더라 하는 이야기가 괜한 소리지 아니한 것을 깨달은 사건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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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짓은 하지 말아야 했는데

난 그 사실을 몰랐어

이제와서 후회한들 뭐하리

나는 바보가 되버린걸


<스펀지송 中>

天照大神

2010.03.19
20: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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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들었으면 광분할 얘기이지만 이미 품절남인 저에게는 단순한 해프닝으로밖에 보이지않는

이 슬픈 전설따윈 믿지 않아요...(뭐라는겨..;;)

아르케인

2010.03.20
11: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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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모텔을 갈것이지 저런 바퀴벌레같은것들...+_+

For_Justice

2010.03.22
01: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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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커플은 많달까.......................................

 

요즘 할미넴들도 생판 남을 갈구진 않다보더라구요.. 세상이 워낙흉흉해서 역관광 트리 타기도 하다보니

 

어쨋든 지방사는 저랑은 연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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